오늘 조던 피터슨(토론토대 심리학 교수)의 강의를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하버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는데, 1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그중에 인상적인 한 가지만 나누어 보려고 한다.
사회자는 피터슨 교수에게 “실제 사회에 자신들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 주시겠습니까? “라고 질문했고, 교수의 대답은 간단했다. “훌륭한 책(Great Books)들을 읽으세요.” 너무나도 진부하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대답이다. 처음에는 약간 실망을 했었다.
교수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요약해 보면 ‘사회는 대학생인 여러분에게 4년이라는 특별한 시간을 주었고, 이 시기는 여러분이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아주 결정적인 시간이다. 여러분은 ‘학생’이라는 최고의 신분 아래에서 완벽한 자유를 부여받았고 (하버드대 기준) 바로 옆에 엄청나게 좋은 대학도서관이 있다.’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이 이후에 나에게 가장 와 닿았던 구절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여러분이 대학에 진학해서 교육을 받는 이유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할 수 있고 또 그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보다 더 강력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힘이자 권력이다.”
주옥 같은 명언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걸 다 적으려니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관심 있는 분들은 이 영상을 한 번 시청하기를 권장한다. 10분 정도의 영상인데 그 시간이 절대 아깝지 않을 만큼의 훌륭한 강연이라고 보장한다. 아무튼 나는 피터슨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가장 첫 단계인 Great Books를 차근차근 읽어 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졸업 전에는 절대로 다 못 읽을 것이다. 10권도 못 읽고 졸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권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읽으려고 노력했고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이 내용을 글로써 정리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을 했다.
Great Books는 서양 문화권에 기초가 되고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고전 목록을 의미한다. 각각의 대학이나 기관에 따라 지정한 책들 목록도 다 다르고 권수도 다 다르다.(적게는 100권에서 많게는 2400권까지) 나는 우선 지금 읽기 시작한 책은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과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이다. 이 두 권의 책을 읽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열심히 읽고 정리해서 글을 남겨보려고 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말을 잘하고(logos) 셈을 잘하는(ratio) 사람을 똑똑한 사람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대학 수학능력 고사에서 언어와 수리능력을 평가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나는 수리적인 능력에 있어서는 공과대학을 다니면서 충분하게 학습을 했다고 생각을 한다. 다만 언어적인 능력, 더 나아가 생각하는 능력 부분에서는 아직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말하는 훈련, 생각하는 훈련을 대학에서 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말을 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어려운 것 같다.
졸업하기 전까지 Great Books를 읽으면서 나의 이러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보려고 한다.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졸업할 때까지 앞으로 9개월 정도 남았는데 이 책들의 무게를 보았을 때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내가 철학 전공자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교양으로서 접근하는 측면이므로 너무 많은 시간을 쏟을 생각은 없다(그럴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책을 읽어 볼 생각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좀 더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나는 힘 있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리더의 자리에서,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이런저런 교양을 쌓지 못한 핑계도 많이 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할 때까지 대학에서 채워야 할 것들을 충분하게 채우고 미련 없이 사회로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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