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리뷰를 남길 책은 권여선 작가님의 <아직 멀었다는 말> 이라는 단편소설 집이다.
나는 틈틈이 시간이 날 때 서점을 간다. 가끔은 중고 서점을 갈 때도 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제목과 표지를 보고 끌리는 책이 있으면 보통 그 자리에서 5~10분 정도 읽어본다. 그러면 내가 기대한 내용과 다른 책이 있고, 기대한 내용 만큼의 책이 있고 아주 가끔 기대 이상의 책을 발견하게 된다. 기대한 내용과 다른 경우는 그 자리에서 보통 책을 내려놓는다. 기대한 만큼만 내용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읽을 수 있는 만큼 책을 읽고 사진 않는다. 아주 가끔 낮은 확률로 기대 이상의 책을 발견하면 마치 보물을 찾은 것처럼 기쁘게 그 책을 구매한다. 나에게 이 소설책은 세 번째와 같은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권여선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다. 그래서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작가님이 쓰신 이 책을 통해 미약하게나마 작가님의 집필 스타일을 추론해 보자면, 허구를 더 실제처럼 사실적으로 묘사를 잘 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특히 여성들이 겉으로 말하지 않지만 속으로 하는 생각, 심리를 정말 잘 글로 묘사해서 읽으면서 지루하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던 것 같다.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은 작가님이다.
이 책에는 총 8편의 소설이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난 상태여서 모든 줄거리가 다 기억이 나지는 않으므로 인상적이었던 두 편만 간단하게 소개를 해 보려고 한다.
"소희는 강변을 따라 달리는 통근버스 차창에 바짝 붙어앉아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을 본다. 슬프면서 좋은 거. 그런 게 왜 있는지 소희는 알지 못한다."
첫 번째는 <손톱>이라는 소설이다. 소희라는 이름을 가진 이십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살아가는 삶을 다룬 이야기이다. 백화점에서 판매원으로 일을 하면서 여러가지 갚아야 할 빚도 있고, 가족사도 복잡하다보니 여유로운 형편은 아니다. 그러면서 그녀가 삶 속에서 고민하는 사소한 부분들, 예를 들면 백화점에서 판매할 때 신으라고 준 신상 운동화를 중고로 판다던지, 짬뽕을 먹는데 들어가는 추가적인 비용에 갈등하는 모습이라든지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때론 우리가 보는 세상이 보이는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전반적으로 유쾌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슬퍼서 축 처지는 그런 느낌도 아닌 슬프면서 빠져드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재>라는 소설이다. 주인공이 아내와 딸을 떠나보내고 결국 아내와는 사별한 뒤 혼자서 살아가면서 불치병에 걸리고 여러가지 고뇌, 우울에 빠진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다. 요즘 나도 나이가 들면서 과거에 당연했던 것들이 지금 당연하지 않게 되면서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는 것보다 걱정이 많아지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의 삶은 "회색의 볼모지나 돌의 바다 또는 자갈밭과 다를 바가 없는 것(p214) 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은 카프가의 <변신>,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 등 작품을 읽다가 이렇게 희망없고 황량함 가운데서도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고 찾아내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한 남자의 심리가 변하는 과정을 정말 세세하게 묘사한 모습이 무척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다른 소설들도 한 번씩 읽어보면 좋을 훌륭한 소설들이다. 요즈음 시대를 살아가면서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소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삶의 위안을 얻고 공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책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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