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번에 읽은 책 <(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말그릇>(김윤나 저) 내가 온라인 독서모임을 하면서 알게 된 책이다. 언어와 일상 이라는 주제로 여러 권의 책들을 읽었고 이 책 역시 내가 혼자서 골랐다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책이었을텐데,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읽고 나서 너무나도 만족을 했던 책이라서 이번에 짧게 리뷰를 적어 보려고 한다.
말하기는 우리가 어렸을 때 부터 너무나도 많이 해왔던 행동이어서 익숙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도 마찬가지다. 말을 못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이 살아왔던 것 같고, 실제로도 '말을 잘 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고는 했었다. 하지만, 나도 때로는 말을 하고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난 이후 내가 했던 말을 후회한 적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어렸을 때는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 하는 사람이 멋있었고 닮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말을 적게 하고 조금 어눌하게 되고 그 말에 깊이가 있는 사람에게 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말을 잘 하는 법에 대해서 다루지는 않는다. 말그릇, 즉 말을 담는 그릇을 크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는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말그릇이 큰 경우가 많으며, 말그릇이 큰 사람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말을 어떻게 하면 올바른 때에 올바른 방법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그릇이 작은 사람과 말그릇이 큰 사람을 비교한 부분은 나에게 인상적이었다. 나도 말을 하다보면 때로 불현듯이 '아 내가 뭔가 말을 잘 못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내가 하고 싶은 말만 뱉어내기 바쁘다. 내 말이 다 옳고 상대방은 이 '옳은 말'을 아직 모른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말은 한 사람의 인격이자 됨됨이라고 한다. 말을 들으면 그 말이 탄생한 곳, 말이 살아온 역사, 말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말은 한 사람이 가꾸어 온 내면의 깊이를 드러내기 때문에 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내면이 성장해야 한다. p31
말을 가볍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분명하게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물러나지 않고 말하는 것. 이 두 가지도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꿀팁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딱 필요한 순간에, 꽉 찬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 나는 이러한 내용들을 읽으면서 우리가 말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교감을 하고 있는 것이고, 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의 교감에 집중을 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도자기를 만들 때 끊임없이 금이 가거나 울퉁불퉁한 부분이 없는지 체크하며 바로잡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말도 항상 스스로 셀프 피드백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 많이 했던 방법이 내가 그날 누군가와 했던 대화를 집에 오는 길에 걸으면서 혼자 중얼거리며 복기하는 과정을 거치곤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내가 그날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가장 잘 나는 시점에 했던 말들을 최대한 떠올리면서 그 사람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거북하거나 불편한 부분은 없었는지 계속 확인했다. 예를 들면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어떤 능력이 상대방에게는 당연하지 않아서 그걸 당연하게 말하는 내가 상당히 재수없게 보일 수도 있었겠구나' 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말그릇이 넓은 사람은 남들이 하는 말에 쉽게 흔들리거나 휘둘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자극적인 말을 듣거나, 상당히 힘들고 예민한 시기에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듣더라도 말그릇이 크고 단단하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해도 20대 초반~중반 시절에는 남들이 하는 말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러한 말을 내 안의 목소리보다 더 크게 받아들였던 적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남의 말에 휘둘려서 내가 해야 하는 말을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괴롭고 남들이 보기에 매력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나답게 말하는 법을 이 책에서는 찾으라고 강조한다. 나는 스스로 찾은 방법이 하나 있는데, 여럿이서 이야기 할 때는 최대한 마지막에 또는 늦게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아직 남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한데, 그렇게 남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처음에 내가 말하려고 했던 것들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 말을 안 하는 것이 더 나은 상황도 많다. 그래서 이 판단을 내가 말을 하기 전에는 잘 못하니, 남들의 말을 가능한 다 듣고 그 다음에 내가 해야 하는 말을 짧게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지금까지는 이 방법이 크게 문제없이 잘 작동했던 것 같다. ㅎㅎ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남들과 다른 기준을 잘 인정하지 않고 모두가 획일화된 기준을 가지는 것에 익숙한 분들이 많은 것같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가치'와 '신념'의 차이가 느껴지는 사람을 대할 때 그들을 무시하거나, 강요하는 경우가 참 많다. 말그릇이 넓은 사람은 이렇게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상대방의 공식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그 사람에게 질문하고 그 사람을 인정한다. 나도 아직은 이 부분을 잘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가 가진 편협한 선입견을 부수면서 말그릇을 늘려야 함을 깨닫는다. 이 책에서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말하는 구절이 있다.
어제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은 완벽해지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NOT OK에서 방황하는 시간보다 OK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난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공식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선입견을 조금씩 부수는 것이 좋다. 그러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자. '불편함' 뒤에 있는 '다양함'을 즐겨보자. 삶의 반경을 넓혀주는 다양한 책들을 가까이 해보자. 그것이 결국 '나도 너도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도와준다. 그것이 당신의 말그릇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p117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가졌던 안 좋은 말하기 습관이나 자세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것이 절대 아니므로 앞으로 꾸준하게 말을 할 때마다 생각하면서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정말 나한테 큰 도움이 되는 책을 읽은 것 같아서 뿌듯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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