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사실 꽤 오래 전에 내가 호기심에 직접 골랐던 책이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이해하기 어려웠고.. 졸렸다. 흥미가 안 생겨서 읽다가 포기하고 한참 뒤 군대에서 다시 꺼내 읽게 되었다. '죽음' 누구나 마주치고 싶어하지 않고, 부정적인 의미만 떠오르게 되는 이 말에 대해 케이건 교수는 무척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설명을 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이원론과 물리주의에 대한 논쟁부터 생각해 볼 요소가 정말 많았다. 이원론자의 주장대로 육체와 별도로 영혼이 존재한다면 죽음이라는 현상은 육체가 죽을 때 쓰는가, 영혼이 죽을 때 쓰는가 와 같은 의문점은 평소에 상상도 못한 부분이었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고 우리가 모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죽음 앞에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셸리 케이건 교수가 1995년 부터 예일대에서 진행해 온 교양철학 정규 강좌 'DEATH'를 새롭게 구성한 것으로, '죽음'의 본질과 '삶'의 의미 그리고 '생명'의 존엄성을 고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왔던 심리적 믿음과 종교적 해석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직 논리와 이성으로 죽음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짚어본다. 이 책은 '죽음'을 테마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이 없는 삶은 세상에 없으며, 삶이 없는 죽음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셸리 케이건 교수는 "삶은 죽음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완성되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목적"이며, "죽음에 본질을 이해하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역설한다.
죽음이 왜 두려운지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케이건 교수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에 불확실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죽어가는 과정이 고통스럽고 소중한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두려워할 수 있더라도 죽음 자체를 두려워 할 수는 없다는 그의 주장은 받아들이는 독자의 입장에서 깔끔하게 이해가 되었다. 이러한 철학적인 고민을 별로 해 본 적이 없어서 아직 좀 머리 아프고 힘든 건 맞지만 생각보다 재밌었다. 마치 책 속에 케이건 교수가 있고 그와 토론을 하는 느낌?을 살짝 받았다. 한 번 빠르게 읽었지만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는 주제인 죽음에 대해 여러 번 더 읽어 보면서 사고를 정리하고 싶다.
목표를 다시 선택하고 다양한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두 번 세 번 노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은 우리에게 새 출발을 위한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여유가 없으므로 우리는 신중을 가해야 한다. 최대한 주의해서 삶을 꾸려나가야 한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p482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