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가장 중요한 자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지 등등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자본주의의 역사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16세기 서유럽에서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페르마, 뉴턴, 라이프니츠 등 과학이 발전하게 되면서 기술력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8세기 말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면방직과 제철을 중심으로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생산량이 증가하고 분업이 발달했다. 또한 15세기부터 시작된 식민지 확장은 18세기 중반까지 북미 대륙 거의 대부분을 점령하였고, 1820년대까지 중남미 대륙 또한 대부분을 점령하였으며 이러한 식민지는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었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지나치게 노동자들의 삶을 억압하자 러다이트 운동(기계화 반대 운동), 자발적 조합 등 반자본주의 운동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반자본주의 운동가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은 칼 마르크스로 사회주의 중앙경제체제를 계획하였다. 반면 서유럽 국가들 (특히 영국)과 미국은 자유무역과 자유시장의 확장으로 자본주의를 발달시켰다. 그러나 이들도 초창기에는 보호무역과 높은 관세를 통해 자국의 산업과 경제를 키우는 데 집중하였다.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유주의, 최소국가 등 국가가 최소한의 조건만 제공하는 형태였지만 (laissez-faire),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강대국들은 정부의 개입을 늘리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자유로운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발발한 1차 세계대전에서 레닌의 사회주의 체제가 자본주의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하고 1929년 월가의 붕괴로 시작된 경제대공황으로 인해 자본주의의 위기가 찾아오게 되었다. 이렇게 민간 지출이 감소하고 은행 대출이 줄고 기업과 개인의 수요가 줄어들면, 일정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적자를 감수하고 더 많은 지출을 함으로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비록 이 시기에 미국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서 경제가 침체되기는 했지만, 전후 1945년부터 1973년 오일 쇼크 전까지를 우리는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부른다. 컴퓨터, 레이저, 제트엔진, 마이크로웨이브 등 군용으로 개발된 신기술들이 민간용으로 사용이 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I, 세계은행)의 두 개의 중요한 국제금융시스템을 통해 어려운 나라들을 구제할 수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섞은 혼합경제체제를 운용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철강, 철도, 은행, 에너지 등 주요 산업분야를 국유화하거나 공기업, 국영 기업을 세우고 금융 규제를 통해 잠재적 위험성을 지닌 금융시장에 대해 대비하였다. 이 시기가 지나고 1971년 미국이 달러-금의 태환을 중지하면서 화폐 가치가 달러화에 고정되던 관행이 많은 나라에서 폐지되고 위험성이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오일 쇼크가 터지며 물가상승률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경기는 나빠지는데 가격이 오르는 스태그플래이션 현상이 발생했다. 이 시기에 새롭게 나온 주의가 신자유주의로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는 강경한 정책들과 국영 기업의 민영화를 실행했지만 파운드화의 폭등으로 수출 경쟁력 파괴, 스리고 소비자와 기업의 긴축으로 불황이 계속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낙수효과 이론(부자가 많아지면 소비 증가, 일자리 증가, 다수의 수입 증가)으로 대표되는 공급경제학 분야를 개척하고 지금 미국의 경제정책을 만들었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사회주의가 막을 내리고, 90년대 중반 전세계로 신자유주의가 퍼졌다. 94년 NAFTA, 95년 GATT로부터 확장된 WTO, EU의 경제통합 등으로 보다 자유로운 무역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95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97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이어지면서 자유무역에 대한 회의감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미국의 닷컴 버블 붕괴, 2000년대 중반의 중국의 급 부상으로 많은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이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고 미국, 유럽에 당당한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2007년 미국에 등장한 서브프라임이라는 담보대출상품은 신용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지나친 부담을 안겨주었고 그 결과 2008년 금융위기를 맞이했다. 1929년과 다르게 나라들은 지출을 줄이지 않았고 어떤 정부는 지출을 늘림으로서 기업들을 구제하였다. 반면 2010년 그리스 유로존 금융위기 때는 PIGS 국가에서 긴축 예산이 시행되고 반적자 편향을 보이며 자유시장주의를 부활시키는 듯 했다. 현재 우리는 2007년 이후 '잃어버린 10년'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과거의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좀 더 과감한 경제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경제학을 접근하는 방법도 이 책에는 9가지나 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학파들의 이론을 비교해보고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경제를 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인 듯 하다.
① 고전주의 학파는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장 바티스트세, 토마스 로버트 맬서스 등에 의해 이루어진 가장 말 그대로 '고전적인' 학파다. 경제 주체들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다보면 사회적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하며 보이지 않는 손, 비교우위론, 세의 법칙(모든 경제활동이 생산물의 가치에 해당하는 임금, 이윤 등의 소득 수반을 통해 수요 부족으로 인한 불황을 없앤다.) 등의 이론이 포함되지만 굉장히 구시대적이고 오류도 많아 변수가 많은 현대사회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
② 신고전주의 학파는 고전주의 학파와 다르게 재화의 가치가 생산비용이 아닌 소비자의 주관적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개인들이지만 이들은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이로운 결과를 내고,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고전주의 학파와 비슷하다.
③ 마르크스 학파는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을 저술한 카를 마르크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계급투쟁이 역사를 움직이는 힘의 중심이며 노동자들이 자본주의에 꼭 필요한 존재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의 진화된 이론이 공산주의라 주장을 했지만 대체할 이론이 극도로 부족했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을 비효용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을 표현하는 길로 여겼던 점, 자본주즤에서 기술혁신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이해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④ 개발주의 전통은 경제발전이 단순히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고급스러운 생산능력을 취득하는 것으로 여기고 이는 중상주의, 유치산업론 등 후에 개발경제학 분야로 발전하게 되었다. 비록 일관성 있는 이론도 부족하고 정부 실패논쟁에 취약하지만 복잡다난한 세상을 설명하는데에는 생각보다 유용한 이론이었다고 평가받는다.
⑤ 오스트리아학파는 인간이 완벽하고 합리적이어서가 아니라 합리적이지도 않고 '알래야 알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 너무 많기 때문에 자유 시장이 가장 좋은 경제체제라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시장 자체에 구축된 질서가 너무 많은데 (ex. 탄소 배출권 시장) 이러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 점에서 모순이 생긴다.
⑥ 슘페터 학파는 자본주의는 경제 발달의 막강 동력이지만, 기업이 대형화하고 관료주의화하면서 쇠락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기업이 정부, 대학, 자선단체 등 비상업적 주체들과 협력한다는 점을 간과하였고 결론이 옳지 않게 되었다.
⑦ 케인스학파는 한 사람의 지출은 다른 사람의 소득이기 때문에 투자가 줄면 지출이 줄고 소득이 줄어듦으로 소비가 크게 변화가 없으면 저축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모든 생산품이 팔리고 모든 자원이 활용되는 완전고용이 이루어지려면 정부가 지출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29년 경제 대공황이나 2008년 금융 위기를 이해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단기적인 변수에 너무 신경쓰다 보니 기술 발전이나 제도 변화같은 장기적인 문제에 상당히 취약하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이론이 더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마스터키 같은 이론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이러한 다양한 방법들을 골고루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행위를 정당화 시키는 것을 막으려면 경제학에 다양한 접근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경제활동의 주체는 개인이다. 그 개인들이 모여서 조직을 만들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ex. 노동조합) 정부는 개인이나 조직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책임지고 해 주어야 한다. (ex. 다양한 법적 규제) 그리고 세계 경제에 영향을 끼지는 IMF나 세계은행, WTO, UN 등이 실제로 대부분 부자국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일들을 진행한다. 개인은 생각보다 사회에 의해 조작되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렇게 잘 속고, 제한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진정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201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