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3일차
이 날은 아침부터 비가 정말 많이 왔다.
영국은 일주일에 적어도 소나기라도 내리는 날이 최소한 주 2~3일은 되는 것 같고
비가 안 오는 날도 날씨가 굉장히 우중충하다.
신기한 건 비가 그렇게 오는데도 사람들 중 우산을 안 쓰는 사람들이 상당수 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 비를 맞는다. ㅋㅋ
비가 오는데 바람까지 불면 정말 사방에서 비를 맞는데
우산을 쓰나 안 쓰나 젖는 건 마찬가지라서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런던에서 처음으로 비를 맞을 때 우산을 써보려고 했는데
바람에 다 날라가서 결국 체념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전날 가라오케로 광란의 밤을 보내고 나는 이날 늦게 일어났다.
그래서 열 시쯤 숙소를 나왔고 바로 대영박물관으로 향했다.
줄이 엄청 길었고 한 번 들어가면 못 나올 것 같아서 근처 식당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나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를 먹었는데
토스트와 계란, 소시지, 구운 콩, 버섯 등을 같이 곁들여 먹는 든든한 한 끼 식사이다.
정말 맛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먹으니 식사와 커피 그리고 service fee 포함하면
13파운드(약 19,000원) 나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
아침 치고는 좀 거하게 먹은 듯 했다.
뭐 그래도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한 30분 정도 줄을 기다려서 대영 박물관에 입성했다.
앞선 포스팅에서 언급하였듯 영국의 많은 박물관은 무료인 곳이 상당히 많다.
대영 박물관도 입장료는 무료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박물관이 잘 운영되는 이유는
수 많은 사람들의 기부금을 받기 때문이다.
박물관 곳곳에 5파운드씩 기부를 해 달라는 문구가 많이 있고
사람들은 흔쾌히 5파운드 또는 10파운드 지폐를 기부한다. 이러한 기부 문화가 정말 보기 좋았다.
또한 박물관 내에서 지도나 안내설명서를 유료로 구입을 해야 한다.
이 역시 기부의 차원으로 운영되는 것인데
지도는 2파운드 그리고 안내설명서는 6파운드 정도 기부를 요청한다.
전혀 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영박물관은 정말 크다. 정~~~~~말 크다.
층은 Upper floor, Ground floor, Lower floor 이렇게 3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안에 크고 작은 94개의 전시실이 있다.
나 같은 경우 거의 5시간 정도 있었는데 좀 꼼꼼하게 보는 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Upper floor는 구경도 못하고 Ground floor 조차도 다 보지 못했다.
내 기준으로 꼼꼼하게 전부 다 보려면 3일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전시실을 나누어 보면 보통 대륙별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frica, Americas, Ancient Egypt, Ancient Greece and Rome,
Asia Europe, Middle East, Themes 이렇게 나누어져 있는데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는 양이 많아서 따로 구분을 해 놓은 것 같다.
자세한 설명과 함께 관람을 하고 싶다면
오디오 가이드가 한국어 지원이 되기 때문에 이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Themes, Ancient Egypt, Ancient Greece and Rome 위주로 관람을 했고 정말 전시물이 많다.
1번 전시실이 Themes의 Enlightment 였는데
17세기부터 19세기 까지 영국을 계몽하기 위한 각 분야의 노력들이 나와있었고
이 전시실에 있는 작품 하나하나 다 보니까 2시간 정도 걸렸다 ㅋㅋㅋㅋ
그 뒤로는 좀 빠르게 보려고 했다.
Ancient Egypt 부분은 로제타 스톤 원본부터 시작하는데
전시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다리가 많이 아프고 길을 몇 번 잃었다 ㅠㅠ.
개인적인 조언으로 처음 박물관을 가는 분들은 빠르게 전체를 한 번 다 보고
그 다음에 또 갈 기회가 있으면 하나씩 꼼꼼하게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몇 달 뒤 런던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여기는 꼭 다시 갈 계획이다.
대영박물관에는 한국실도 있었다. 정말 뿌듯했다.
주변에 중국실, 일본실에 비해서 규모는 좀 작은 편이지만
점점 커지고 풍부해지길 바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관에는 주로 도자기와 전통 그림 등이 있었다.
작품이 많지는 않았지만 아담하고 깔끔해서 보기 좋았다.
대영박물관에서 나오니 이미 해는 다 떨어져 있었다.
영국의 대부분 관광지는 오후 4시반~6시 사이에 문을 다 닫는다.
그래서 이날은 근처에서 신발 쇼핑을 좀 하고 숙소에 일찍(?) 들어갔다.
대영박물관 한 군데만 보고 온 날이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고 엄청 알차게 보고 온 것 같아서 뿌듯하다!
이렇게 Day3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