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2022년 1월 트레바리 <찰칵>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이었고, 그렇게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다. 사울 레이터(Saul Leiter)라는 한 사진작가가 평생을 뉴욕에 살면서 찍은 사진들을 모은 사진집이다. 주로 50년대~60년대 뉴욕 맨해튼의 풍경을 볼 수가 있고 일반적으로 잘 찍은 사진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진들도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초점이 안 맞거나.. 구도가 균형이 맞지 않거나 등등 말이다.
사울 레이터라는 사진 작가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참 괴짜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히려 항상 멋있고 아름다운 사진만 보는 것보다 이런 사진들이 더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너무 교과서적인 사진만 찍으려고 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아직 한 번도 뉴욕에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더 궁금하다. 이전까지는 항상 "뉴욕에 가면 참 좋겠다... 쩝" 이런 생각만 했어왔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내가 뉴욕에 한 평생 살아도 똑같이 생각할까? 나는 뉴욕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을 동경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있는 이 곳도 와보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정말 매력적인 곳으로 여겨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바꿔 생각해보면, 지금 있는 곳도 다르게 보려고 노력하고, 사울 레이터가 그랬던 것처럼 이상하게도 찍어보고 원칙에서 벗어나게도 찍어보면서 본다면 또 다르게 낯설게 여겨져서 더 매력적으로 나에게 다가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I take photographs in my neighborhood.
I think that mysterious things happen in familiar places.
We don't always need to run to the other end of the world.
나는 내가 사는 동네를 찍는다.
친숙한 장소에서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늘 세상 반대편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p35
트레바리에서 이 책을 가지고 독서모임을 하다가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왔다.
평생 한 도시나 한 장소에서(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어디를 고르고 싶으신가요?
여러 가지 장소들이 나왔다. 자기가 사는 동네를 꼽으신 분도 있었고, 서울에 여러 힙한 동네들도 있었다. 몇몇 분들은 이탈리아나 프랑스 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 나라들의 도시를 선택하기도 했다. 나는 이 질문을 듣고 한 세 가지 정도의 기준을 나름대로 세워 보았다.
- 전통과 현대가 공존할 것
- 문명과 자연이 공존할 것
- 관광객들도 오고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할 것
이 기준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른 도시는 런던이었다. 나는 2018년 런던을 방문했었는데, 전통도 잘 보존되어 있으면서 새로운 문명적인 것들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도심에 넓은 공원도 많이 있었고, 자연이 보존된 지역들을 가까운 근교에서 방문할 수도 있었다. 많은 관광객도 오지만 런던에 살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짧은 시간 있을 때도 너무 좋았고 오래오래 살아도 질리지 않고 참 재밌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모임에서 흥미로웠던 질문은
내가 찍은 사진이 나와 닮은 점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내가 찍은 사진들이 이 질문을 듣고 참 반듯한 사진들이 많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삶도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사회에서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삶,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삶,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삶을 무의식 속에서 바라보면서 살아온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내가 찍은 사진들도 소위 말하는 원칙에 맞고 교과서적인 사진들만 찍어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되게 반듯하지만 자주 보면 약간 재미없고 지루한..? ㅎㅎ
The important thing in life is not what you get but what you throw out.
인생에서는 무엇을 얻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는가가 중요하다.
<사울레이터의 모든 것> p56
사울레이터의 시선을 따라 바라본 50년대 뉴욕. 물론 그 당시의 사람들은 바쁘고 분주하게 살았을 것이다. 사진가의 시각은 그들의 모습을 여유롭고 따뜻하게 담았고, 그래서 이 사진들이 더욱더 대단하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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