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의 기원
오늘 글또라는 개발자 커뮤니티 분들과 <엔지니어 재무관리> 라는 주제로 모임을 가졌다.
예전에 스탠포드 대학교 강의 중 CS007 Personal Finance For Engineer 라는 강의가 있는데 이 강의 슬라이드의 한국어 요약본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평소에 재무관리에 대해서 관심은 있지만 기회가 없었던 나는 글또에서 한 번 관심사가 비슷한 분들과 모임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모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슬라이드 내용은 있지만 강의를 들을 수가 없어서 엄청 깊이있는 주제를 다루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가볍게 여러 주제로 오티 느낌으로 이 모임을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1월 11일 모임을 잘 마쳤고 오늘 나누었던 질문과 이야기들 중에 인상적이었던 내용들을 까먹기 전에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인트로
Q1. 여러분은 지금까지 개인 자산 및 재무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교육을 받아보았는지 이야기 해 주세요.
공대생 분들은 학교에서 재무나 경제에 관련된 수업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고 하셨고, 경영학을 전공하신 분들은 그런 수업을 들었지만 과연 내 자산을 쌓고 개인 재무 관리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업들이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하신게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유튜브나 책 등에서 학습을 한다고 하셨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듣똑라/삼프로 등이 나왔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투자를 했을 때 망한 경험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해 주신 분도 계셨다.
Q2. 여러분이 생각하는 부/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내 돈이 나 대신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셨다.
자산의 규모로는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고,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하루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부자가 아닐까 말하신 분도 계셨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갖고 싶은 걸 다 가질 수 있는 사람.
신기한 건 대여섯 분의 답변을 들었는데 특정 자산을 언급하신 분은 없었다.
인상적이었던 답변은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나를 존경해 주는 사람" 이었다.
Q3. 대한민국 임금 근로자의 평균 소득과 중위 소득이 얼마정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답은 21년 기준 평균 333만원, 중위 250만원
이 금액이 적당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상황마다 다르며 우리가 평생 이 금액을 벌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는 부족할 수 있겠다는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는 비정규직, 알바 등이 다 포함이 되었기 때문에 실제 개발자 정규직 기준으로 보면 더 높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다.
Q4. 내가 내는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나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시도해 본 것들이 있나요?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IRP 퇴직연금 관련이었다. 그리고 직장인은 원천징수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셨다. 아직 소득이 엄청 많지는 않아서 절세 관련 전략을 많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 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또 퇴직연금 IRP의 경우 비과세, 분리과세 혜택이 있긴 하지만 돈이 묶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다.
2. 행동경제학
행동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 전통적인 경제학은 합리적인 개인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
- 행동 경제학은 인간의 의사결정이 종종 시스템적이지 않고 편향되어 있다고 주장
관점 이론(Prospect Theory)
- Kahneman과 Tversky는 1979년 관점 이론을 통해 인간이 손실과 이익에 대해 다르게 반응한다는 경향을 설명
- 예를 들면, 동일한 금액의 손실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이익에 비해 두 배 정도 크다
- 개인이 의사결정을 할 때 주관적이고 편향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 예를 들면, 소비자가 동일한 제품에 대해 할인된 가격을 보면 이를 높은 할인으로 인식하여 더 많이 구매하는 경향 존재
- 앵커링(Anchoring)도 이와 연관있는 개념
휴리스틱(Heuristics)
- 인간은 휴리스틱을 통해 판단을 내림
- 예를 들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유사한 상황에서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휴리스틱을 사용하여 속단하기 쉬움
더 자세한 내용은 Daniel Kahneman From “Economic Man” to Behavioral Economics (HBR) 등을 읽어볼 것
Q5. 행동경제학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나요? 나의 경제 활동에 행동경제학이 영향을 준 경우가 있었나요?
뉴턴도 주식을 잃었다.
행동 경제학자 -> 펀드 수익률이 낮았다.
심리학 연구나 실험의 경우 조작된 경우도 많아서 이런걸 너무 맹신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인상적이었다.
Q6.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를 한 적이 있나요? Dan Ariely가 말한 “인간은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predictably irrational)이다.” 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람들이 심리학적으로 가장 싼 걸 고르지 않는다는 의견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MD들이 일부러 후줄근한 상품을 싸게 놓고 그게 앵커링(anchoring)이라고 하시는 분의 의견도 재미있었다.
돈의 가중치에 따라 의사결정방향이 바뀐다고 어떤 분은 말씀하셨다. 10만원을 투자할 때와 1000만원을 투자할 때 방향이 바뀐다는 의견을 주셨다.
3. 보상
Q7. 나는 회사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나요? 그렇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고, 아니라면 왜 아니라고 생각하나요?
단순한 기본급 이외의 복지, 동료, 인센티브, 포괄/비포괄, 워라밸, 재택 가능 여부 등등 보상의 관점에서 이렇게 다양한 부분을 고려하시는 분이 많이 계셔서 인상적이었다.
Q8. 회사가 내 연봉을 올려주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하나요?
많은 분들이 회사가 돈을 많이 벌어야 내 연봉협상에 유리하고, 내가 잘 하고 못 하고는 연봉 협상에 크게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평가하는 사람도 사람인 이상, 보통 연말에 잘 했던 것들을 많이 기억한다고... 연말에 열심히 일하는게 좋다고 말씀하신 의견이 재미있었다.
Q9. 현금 외의 다른 보상(e.g. 주식, 스톡옵션, RSU 등)을 받아본 적이 있나요? 만약 둘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형태의 보상을 더 선호하시나요?
이건 회사 by 회사. RSU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스톡옵션은 행사한 사례를 거의 못 보았고 상장할 것이 아니면 사실상 휴지조각이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는 분이 많았다.
자사주를 보유했는데 상장한 경우 일정 기간 팔 수 없는데, 퇴사를 하면 팔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떤 분이 해 주셨다. 그래서 상장 후 퇴사자가 많다는 비하인드도 말씀해 주셨는데 재미있었다.
Q10. 본인의 연봉 협상 경험을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성공했던 경험도, 실패했던 경험도 좋아요.
대부분 카운터 오퍼가 있는 경우 비딩을 붙이면서 올리는 전략을 추천해 주셨다.
한 군데만 붙은 경우도 가능한데, 나름 베팅을 해야 한다고 말씀을 주셨다. 스토리텔링도 중요하고 용기도 중요하다.
4. 저축과 예산
Q11. 저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소득에 얼마 정도를 저축하시나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40%, 60% 정도 내외에서 많이 하시는 것 같았다.
시드머니가 모일 때까지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도 있었다.
저축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가치를 높여서 소득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주시는 분도 계셨다.
통장 쪼개기, 고정지출 관리 등에 대해서 질문을 주신 분들도 있어서 꿀팁들을 서로 나누었다.
Q12. 저축이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축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요?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너무 쉽게 쓸 수 있는 곳에 있어서...?
Q14. 가계부 또는 본인의 개인 손익 계산서를 쓰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어떠한 계기로 쓰게 되었나요?
직접 쓰는 건 귀찮아서 뱅크샐러드를 많이 쓰신다고 답변 해 주셨다.
직접 쓰면서 내가 어떤 소비를 얼마나 했는지 체크 해볼 수도 있어서 좋다고 의견을 주신 분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300만원짜리 맥북을 사고 싶으면, 매월 20만원 씩 15개월 동안 적금을 모은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다.
5. 자산과 부채, 순자산
Q16. 소위 ‘비상금' 이라고 말하는 긴급 자금은 얼마 정도 가지고 있는 것이 적절할까요?
미국 기준으로는 월급에 300% 정도라고 하지만, 한국은 의료보험도 잘 되어 있고, 또 그렇게 큰 돈을 갑작스럽게 쓸 일이 잘 없어서 한 달 월급 정도만 모아놓아도 좋다고 말씀해주신 분이 많이 계셨다.
Q19.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소비 습관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이 될까요? (e.g. 풀 소유, 미니멀리스트, …) 그런 스타일이 형성되기까지 무엇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나요?
코로나 이후로 나가는 돈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고,
카드 한도를 최소한으로 해서 소비를 줄인다고 답하신 분들도 계셨다.
물건 소비보다는 경험 소비(내 우주가 넓어지는 경험)에 아끼지 않는 편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다.
모임 후 소감
이런 돈 관련 이야기를 친구들과 하기도 쉽지 않은데 좋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나도 뿌듯했다.
저축, 자산, 투자, 금리 등 특정 주제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뤄보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오늘은 이야기 하다 보니 쉬는시간 포함해서 3시간이 조금 넘었는데, 다음부터는 2시간 정도로 끊어보아야겠다.
이렇게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Action Item을 세워서, 주기적으로 각자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경험까지 가져갈 수 있게 모임을 발전시켜 보면 좋겠다.
'끄적끄적 > 재테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리와 유동성을 공부해 보았다. (0) | 2023.02.07 |
---|---|
내 수익률은 왜 이 모양일까? (feat. 2022년 투자전략 및 포트폴리오) (0) | 2022.01.07 |
2021년 하반기 1년차 주린이 재테크 회고록 (0) | 2021.12.28 |
2021년 상반기 주린이의 재테크 회고록 (1) | 2021.06.30 |
경제적 자유 프로젝트 시작 (feat. 해외 ETF, QQQ) (0) | 2020.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