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정말 바쁘다. 아니, 바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고, 쉬고 있으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같다고 느낀다. 여러 매체에서는 끊임없이 너희들이 쉬지 말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준다. 모두가 열심히 달려 나가는 것처럼, 너희가 쉬고 있다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것처럼 생각을 주입시킨다. 과연 그럴까?
나 같은 경우 어떤 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도전하는 것보다, 그 일이 나에게 꼭 필요한 일인지 아닌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 그 일을 과감하게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이 정말 많이 보이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아쉽게도 모든 것을 다 쟁취할 수는 없다. 그러면 이 와중에 어떠한 일이 나에게 지금 꼭 필요한 일인지,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과감히 쳐내야 하기도 해야 하는데 문제는 내가 그것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일들을 굉장히 많이 벌려놓게 되고, 금방 지쳐버린다. 지쳐있다 보니 힘이 생기지 않고 일의 효율이 떨어지게 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마치 컴퓨터를 너무 오랫동안 돌려놓아 기기가 과열되어 성능이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요즈음 운동을 하면서 휴식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나 같은 경우 주 2~3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데, 한 번은 전날 잠을 거의 못 자고 헬스장에 간 적이 있었다. 그날 나는 무게를 평소처럼 들지도 못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살짝 운동을 하고도 금방 지쳤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전날 과음을 했거나 잠을 충분하게 자지 못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아예 운동을 하루 과감히 쉰다. 그리고 그렇게 쉬는 날들을 줄이기 위해서 음주를 줄이고 잠을 충분히 자려고 노력한다.
20대 초반에는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고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렇게 삶을 살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을 한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런 생활의 단점을 딱 2개만 뽑자면, 계획은 대개 100%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경우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두 번째는 내 계획과 틀어지는 일들이 발생할 때(이런 경우가 사실 더 많다) 제대로 대처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는 점점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기보다는 큰 계획이나 고정 스케줄 정도만 딱 짜 놓고 그에 맞춰서 융통성 있게 스케줄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아웃풋은 이전에 비해 떨어질 수 있지만, 훨씬 여유롭고 삶의 질이 올라간 건 분명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가지게 된 또 다른 습관 중 하나는 평소에 내 전력의 80%~90% 정도로만 쓰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항상 100% 또는 그 이상을 쏟아부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정말 금방 지친다. 처음에 가졌던 열정은 언젠가 반드시 식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워크로드가 체감적으로 많아져서 굉장히 힘들어졌고 항상 피곤하게 지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스케줄을 짤 때 내 역량의 80% 정도로 짜고 일을 하다가 조금 여유가 생기면 10~20%를 그때그때 추가하는 식으로 습관을 바꿨다. 그러니까 더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돌발 상황이 생겨도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대한민국 사회가 과거에 고도의 성장을 겪으면서, 인적 자원 말고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이 나라에서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하게 만들었다. 나 역시 그 시기 속에 학창 시절을 보냈고, 청소년기에 자연스럽게 열심히 노력하고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자세를 가지고 살아감으로써 얻는 것들도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쉬는 법을 잊어버렸다.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모든 것을 계산하고 판단하고 손익을 따지며, 정말 ‘컴퓨터’와 같은 삶을 살게 되었다.
나는 내 삶에서 마이너스(-)를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종종 느낄 때가 많다. 플러스(+) 하기는 비교적 쉽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내가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조급한 마음은 많이 든다. 하지만 앞서 내가 말했던 것처럼 나의 자원은 한정적이며 심지어 나이가 들수록 언젠가부터는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까지 SCV를 열심히 굴려서 미네랄과 가스를 많이 모았다면, 이제부터는 그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덜 중요한 것들은 빼야 한다. 상대방이 뮤탈리스크를 뽑고 있으면 시즈 탱크를 아무리 많이 뽑아도 소용이 없지 않은가. 자원을 아꼈다가 나중에 골리앗이나 발키리를 뽑는 것이 맞다.
개인적으로 나는 바쁘게 살아서 얻은 자원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는데 아낌없이 쏟고 싶다. 이는 여행이 될 수도 있고, 스포츠가 될 수도 있고, 독서를 통한 지적인 깨달음이 될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나를 포함한 많은 청년들은 지금까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들에 대해 참으라는 훈련을 많이 받았고 쇠뇌가 된 경우도 많다. 물론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 이러한 과정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학교에 오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년에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는 조금씩 이러한 과거의 습관을 벗어나는 연습을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내가 옳다는 길을 신중하지만 과감하게 선택할 것이고, 그에 필요한 돈이 있다면 아낌없이 쓰면서 견문을 넓히고자 한다.
아직 사회적으로 이룬 것도 없고 일개 대학생일 뿐이지만 지금까지 26년 정도의 인생을 살아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두서없이 적어 보았다. 인생을 살면서 힘든 시간들은 있겠지만 쉽게 지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에서 주관이 있어야 하고, 그 주관을 실천할 만한 능력과 돈이 최소한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또한 휴식할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충분하게 주어져야 한다. 요즘 소위 말하는 ‘워라밸’이 지켜져야 한다.(사실 이 용어는 한국에만 이렇게 쓰인다. 많은 선진국가에서는 당연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남은 인생을 노력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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