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2월 처음으로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고등학교 친구들 4명 하고 다녀왔는데 마지막에 홍콩, 라오스, 대만 이렇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이곳으로 선택을 하게 되었다. 대만은 한국에서 3시간도 안 되어서 도착할 수 있는 상당히 가까운 나라임에도 우리가 대만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
간단하게 이야기를 해 보자면 대한민국은 중화민국(대만)과 1992년 단교를 선언하였다. 대만은 1971년 UN을 자진 탈퇴하였고 이후 외교적으로 중국과 대만 둘 중에 한 곳 하고만 수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은 중국과 손을 잡았으며 70년대 이후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국가는 급속하게 증가하였다.(1969년 대만 수교국 67개국, 2018년 현재 17개국) 그리고 이 숫자는 현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비록 대만과 수교하는 나라는 많지 않지만, 대만을 실질적인 나라로 인정하는 나라는 꽤 있는 편이다. 한국의 경우 타이베이에 대표부를 외교부 직속으로 두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대만으로 여행을 가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만은 한국인이 여행을 하기에 참 편한 나라 중 하나이다. 공항에 도착해서부터 중국어, 영어 다음으로 쓰여 있는 언어는 일본어 혹은 한국어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넷은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 했지만 대만을 여행하면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 했던 것 같다. 숙소를 예약한 에어비엔비 호스트들은 대부분 영어가 가능했고, 택시를 탔을 때 기사님들이 간혹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대만은 주소 체계가 잘 되어 있어서 큰 문제없이 잘 이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요 관광지들 그리고 큰 식당에는 메뉴판에 영어가 표시가 되어 있었으며, 우리가 방문한 몇 군데 작은 지역 식당에는 영어가 없어서 한자로 유추해서 메뉴를 골랐었다. 오히려 무슨 메뉴가 나올지 모르고 받으니까 더 기대되고 재밌었던 것 같다.
2월에 방문한 대만은 오후 기온이 20도 중후반으로 상당히 따뜻해서 돌아다니기 좋았다. 그리고 당시 한국은 미세먼지로 다들 고생하던 시기였는데 대만은 공기가 깨끗한 점도 정말 마음에 들었었다. 서울처럼 타이베이는 지하철이 잘 되어 있었고 물가도 착해서 마음껏 먹고 마음껏 즐기다 온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우펀이나 중정기념당 같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는 생각보다 별로였고 조용한 골목길이나, 알려지지 않은 거리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밤에 걸어다녀도 크게 무섭지 않았고 치안이 좋은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만은 야시장으로 유명하다고 많이 들었었고 그래서 기대를 하고 갔는데 볼거리는 참 많았지만 생각보다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일단 음식들이 크게 맛있어 보이지가 않았고 위생적으로도 좋지 못한 곳들도 많이 보았었다. 스린 야시장의 경우 굉장히 컸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갔을 때 K-POP이 많이 들렸었고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홍대 아류 버전쯤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다음번에 대만을 다시 갈 일이 만약 생긴다면 야시장은 재방문 의사가 없다.
반면 음식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던 적이 참 많았다. 마라 화궈도 엄청 맛있게 한 번 먹었었고, 스시 익스프레스처럼 회전초밥이 컨베이어로 주문 후 배달(?)되는 식당도 신기했다. 타이중에서는 까르푸 푸드코트를 갔었는데 여러 가지 다른 음식들을 친구들하고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중식, 일식 그리고 다른 퓨전식(?)이 골고루 섞여 있었고 다음번에는 좀 더 다양한 음식을 대만에서 시도해 보고 싶다. 개개인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나는 조금 돈을 더 주더라도 깨끗하고 괜찮은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는 걸 추천한다. 대만 물가가 크게 비싼 편이 아니어서 잘 찾아보면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버블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일단 대만 버블티는 한국의 거의 절반 가격이다. 정말 싸다. 하루에 한 잔씩 마셨던 것 같다. 다음번에 대만을 가게 되면 버블티를 집중적으로 마셔보면서 프랜차이즈, 로컬 가게 메뉴들을 비교해 보고 싶기도 하다. 많이 마시긴 했는데 브랜드가 대부분 중국어로 되어 있어서 기억이 잘 나지않는 점이 아쉽다. 지우펀에서 처음으로 블랙슈가 밀크티를 마셔봤는데 엄청 달달하고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ㅋㅋ
개인적인 의견으로 대만에 엄청 볼거리가 많다거나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화려하고 웅장한 무언가를 기대하고 대만에 도착한 사람들은 약간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타이베이 101의 경우 (나는 집 근처 있는 롯데월드 전망대도 안 올라가 본 사람인지라) 전망대에 올라가지 않았고 안에서 돌아다녀보니 롯데월드 몰하고 매우 흡사했던 기억이 난다. 지우펀도 밤에 보니까 예쁘기는 했지만, 그날 비가 일단 너무 많이 왔고 사람도 엄청나게 많아서 실망스러운 기억만 남아 있다. 밤문화가 있다고는 하는데 가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고, 야시장도 나는 비슷비슷한 음식들에 KPOP이 많이 나와서 한국과 크게 다르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다만 대만에서 좋았던 점을 꼽아보자면, 굉장히 여유롭다. 날씨가 맑고 깨끗하며 나는 5일 동안 굉장히 평화롭게 지내다가 왔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치안이 좋은 편이다. 상식적으로 조심해야 하는 부분들만 조심한다면 딱히 위험하지 않게 여행을 잘하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보드게임을 하고 그러다 보니 아침에 늦잠을 많이 자서 일정이 몇 개 취소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다녀본 여행 중에서 제일 잘 쉬고 왔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대만에서 발 마사지를 받아보았는데 완전 강추! 한다. 대신 돈을 좀 더 주더라도 깨끗하고 평이 좋은 데에서 받는 걸 추천한다.
대만에서 내가 가장 추천하는 장소는 르웨탄 호수(일월호, Sun Moon Lake)이다. 여기는 타이베이에서 가기에는 좀 멀고, 나는 타이중에서 버스를 타고 갔었다. 굉장히 넓은 호수고 케이블 카도 탈 수 있으며 분위기가 엄청 좋았다. 하루 종일 있어도 괜찮은 곳이고 쉬러 가기 정말 좋다.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 여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3일차 (마지막) (0) | 2019.08.05 |
---|---|
[2019, 여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2일차 (0) | 2019.08.03 |
[2019, 여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1일차 (0) | 2019.08.01 |
[2019, 여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0일차(feat. 택시사기) (0) | 2019.07.31 |
[2019, 겨울, 대만] 대만에서 기대보다 좋았던 스팟 TOP 3 정리 (0) | 2019.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