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았다.
7월의 블라디는 선선하고 상쾌한, 여행하기 아주 좋은 날씨였다.
전날 사기도 당하고 숙소에 체크인 자체를 새벽 4시 넘어서 해서 아침에 되게 늦게 일어났다. 일어나보니 도미토리에 나밖에 없더라.
내가 블라디에서 3박을 묵었던 곳은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싸다. 도미토리 1박에 1,000루블(약 19,000원)이다. 한인 게스트하우스는 가격 비싼 곳들도 많은데 이정도면 가격이 괜찮은 편이다.
1층에 한 20명 정도까지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는데, 여기서 밤에 12시까지 놀 수 있다.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나는 11시쯤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뻥 안치고 나는 이날 하루만에 블라디 시내에서 가볼 만 한 곳들을 거의 다 돌아보고 숙소에 돌아왔다.
가장 먼저 환전소를 갔다. 싸밋 환전소라고 아르바트 거리 추다데이(앞으로 여기를 기점으로 설명하겠다)에서 걸어서 제대로만 가면 10분이 안 걸리는 곳이다. 여기 환율이 괜찮다. 나는 두 번 정도 가서 환전을 했는데 아침에 갔을 때는 좀 기다렸고, $300 이상과 미만으로 나누어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갔을 때는 $100 당 6,370 루블 정도 받았던 것 같다.
환전을 하고 또 막 걷다가 아르세니예프 연해주 박물관을 갔다. 추다데이에서 역시 블라디 보스톡 기차역 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장소들이 다 가까워서 나는 이날 택시를 한 번도 안 탔다. 아르세니예프 연해주 박물관은 극동 러시아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한국어 설명 팜플렛도 있으니 가볼 만 하다. 입장료는 성인 400루블(약 7,500원)
박물관은 3층까지 있는데 나는 한 시간 정도에 다 돌아본 것 같다. 러시아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가면 좋아할 것 같다.
박물관에서 나와서 점심으로 댑 버거를 먹으러 갔다. 블라디에서 유명한 수제버거 맛집이다. 1시 넘어서 갔는데 20분 정도 웨이팅을 하고 들어갔다. 한국어 메뉴판이 있다.
기본적인 버거 하나 + 작은 맥주 하나 + 감자 튀김 하나 이렇게 시키니까 760루블(약 15,000원) 정도 나왔던 것 같다. 맛은? 그냥 그랬다. 딱히 엄청 맛있지는 않았는데 못 먹을 것도 아니었고 쏘쏘.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수제버거 맛집은 이태원에도 많으니까 ㅋㅋ
늦은 점심을 먹고 블라디 시내를 걸었다. 걷다가 레닌 동상도 보았다 ㅋㅋ
그리고 좀 더 가니까 블라디보스톡 기차역이 나왔다. 그 앞에 공항으로 가는 버스 타는 곳도 있고 아무래도 역 근처다 보니 사람이 되게 많아서 정신없었다.
여기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출발하면 모스크바까지 가는데 9,288km 를 6박7일 동안 달린다고 한다.
첫 날은 힘이 아직 많이 남아있을 때라 그런지 여기서 또 계속 걸어서 중앙광장까지 가버렸다. 약간 여기 걸으면서 든 생각이 뭔가 작년에 영국에 있을 때 리버풀과 비슷한 느낌? ㅋㅋㅋ 암튼 나는 그렇게 느꼈다.
중앙광장에 가면 비둘기랑 몇 명 관광객밖에 없다. 그렇다 그게 전부다.
사진 좀 찍고 나는 니콜라이 개선문 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여러 건물들을 보았는데 되게 예뻤던 게 기억에 남는다. 진짜 유럽에 온 느낌이 물씬 났던 것 같다.(블라디를 유럽이라고 봐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흠)
니콜라이 개선문 근처 공원에서 앉아서 좀 쉬다가 내려가서 잠수함 박물관도 갔다. 100루블인가 내고 들어갔는데 굳이 돈 내고 들어가 보지는 않아도 될듯 ㅋㅋㅋ 한 10분 컷 했나...
잠수함 박물관 앞은 항구였는데 여기에 솔제니친 동상이 있었다. 나는 러시아 오기 전에 솔제니친과 푸쉬킨의 작품을 읽고 왔는데 그래서 그런가 반가웠다. ㅋㅋ 솔제니친은 러시아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소련의 체제에 반대해서 망명을 했다가 소련 붕괴 후 블라디보스톡을 통해 러시아에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톡.. 다 좋은데 한국인 정말 많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인 많이 안 가는 곳으로 여행 간다고 고른 곳인데 여기도 한국인 발에 치이고 치인다.
블라디보스톡 항구에서 나와서 독수리전망대까지 걸어서 올라갔는데 길이 없었다. 그리고 중간에 비도 와서 결국 돌아왔다. 독수리전망대 걸어서 가는 길이 꽤 위험한 편이라 걸어 가는건 비추! 막심 타면 별로 안 비싸니 택시 타고 가도록 하자. 아 그리고 구글 지도에 나오는 독수리 전망대로 걸어서 가면 길이 없다. ㅠㅠ
결국 전망대는 포기하고 걸어서 숙소로 왔는데 한 20분 걸었나? ㅋㅋ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귀여운 미니 보드카를 샀다. 벨루가 라는 보드카가 가장 프리미엄 보드카인데 한국에서는 비싸고 여기서는 싸다고 하니 많이 사 마시고 돌아가도록 하자!
저녁은 카페 리마에 가서 타코랑 칠리 콘 카네라는 멕시코 음식을 먹었다. 나는 멕시코 음식 되게 좋아한다. 칠리 콘 카네는 영국에서도 많이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되게 맛있었다. 타코는 맛 괜찮았는데 하나는 양이 매우 작으므로 두개나 세개 먹는거 ㅊㅊ
칠리 콘 카네 + 타코 2개 + 물 = 700루블 정도 냈던 것 같다. 여기는 재방문 의사 있다. 맛있었다 ㅎㅎ
이렇게 첫째날 일정 마무리 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다음날 계획 좀 세우고 게하 라운지에서 친해진 사람들하고 12시까지 떠들다가 잠들었다 ㅋㅋ 여행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하고 이야기 하면 나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라 더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유용한 여행정보도 서로 주고받고 여행 썰도 많이 들었다. 블라디에 온 절반정도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이르쿠츠크나 멀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까지 가는 것 같더라 ㅋㅋ
또 개인적으로 당시에 생각이 너무 많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는데 이렇게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니 머리가 가벼워 졌다. 아는 사람들이면 이야기 꺼내기 쉽지 않은 내용들인데 나도 모르게 여기서는 마음의 문이 되게 잘 열렸다 ㅋㅋ
day1 요약
1. 환전은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싸밋 환전소 추천. $100 구겨지지 않은 지폐로 준비해 가자.
2. 블라디보스톡 시내는 걸어서 돌아다녀도 하루면 엥간치 다 볼 수 있다.
3. 댑 버거는 유명세에 비해 맛은 그닥. 까페 리마는 숨겨진 맛집!
4. 블라디에 한국인 많다. ㅋㅋㅋㅋ
5. 새로운 사람들하고 늦게까지 떠들고 놀고 싶으면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 추천추천
첫째날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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