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에서 풀로 여행한 건 3일이었다. 일요일 새벽 비행기로 도착을 해서 그 날 빼고, 목요일은 아침에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여행한 날짜는 월, 화, 수이고 오늘은 그 마지막 포스팅을 해 보려고 한다.
둘째날의 후유증으로.. 셋째날은 11시쯤 숙소에서 나왔다. 정든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는 전날 친해진 동행들과 북한 식당을 가 보기로 했다. ㅋㅋ 평양관 이라는 식당이었는데 북한 식당은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거라 되게 긴장(?) 되었던 것 같다 ㅎㅎ
12시에 오픈이었는데 12시에 딱 맞춰서 도착했고 갈 때는 막심 택시를 탔다. 다행히 이번에는 사기를 안 당했다 ㅋㅋ
북한 식당에 대한 별별 소문을 다 듣고 가서 되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별 일 없이 잘 먹고 나온거 같다. 처음에 인사를 한국어로 해 주셔서 되게 놀랐고, 그 분들 억양이 독특해서 기분이 좀 이상했다. 종업원은 전부 여성들이었다.
메뉴는 평양냉면, 광어찜, 감자지짐 이렇게 추천을 받아서 이렇게 시켜보았다. 그리고 평양소주도 마셔보고 싶었는데 품절이라고 해서 대동강맥주로 대신했다.(이쯤되면 거의 1식 1맥주 ㅋㅋㅋㅋ)
전반적인 결론은.... 내 입맛에 음식은 맞지 않았고, 재 방문 의사는 없다. 4명이서 가서 거의 4000루블 가까이 쓰고 나왔는데 그 가격에 비해서 음식은 상당히 맛이 별로였다. 그냥 내 인생에서 북한 식당을 처음 가보았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주변에 추천해 주기는 힘들 것 같다.
점심 먹고 같이 갔던 동행들하고 블라디 기차역까지 걸었다. 걸으면서 처음 본 사람들이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사고방식이 여행을 오면 항상 확확 바뀌는 것 같다. 짧은 시간 만났던 사람들이었는데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 경우도 많이 있고, 낯선 곳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큰 깨달음을 얻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내가 너무 많은 고민을 하면서 살았구나, 세상은 그렇게 많은 고민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곳이었구나.'를 깨달았던 것 같다.
기차역에서 공항으로 가는 동행을 배웅하고, 아르바트 거리에서 서로 사진을 몇 장 찍어주었다. 그리고 나서 해적커피(파란색 사이렌 로고)를 마시러 갔는데, 거기도 죄다 한국인이었다. 그리고 직원이 거스름돈으로 장난치려고 했는데 진짜... 좀 짜증났다. 방법은 잔돈을 많이 들고 다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큰 돈은 가능하면 적게 들고 다니자.
블라디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 한국 사람들이 몰리는 식당, 장소, 까페 들이 정해져 있다. 아마 대부분 블로그나 가이드북에 소개된 곳이 아닐까 싶다. 어떤 까페는 아침 9시에 갔는데 만석이었고, 8할 이상의 손님이 한국인이어서 이태원인줄 알았다 ㅋㅋ
나는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유행에 민감하다는 점이 조금 걱정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남들이 좋다고 하고 많이 가는 곳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더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러한 취향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이렇게 동행들과 작별을 하고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옮겼다. 마지막 날은 이즈바 호스텔이라는 곳에 가서 머물렀다. 낮에 많이 돌아다녔어서 그런지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저녁은 샤슬리코프라는 곳을 갔는데 평일 6시쯤 가니까 자리가 많이 있었다. 다행히도 ㅋㅋ 식당이 되게 캐주얼하고 인테리어가 예뻤던 기억이 난다. 음식도 나는 케밥 하나 샤슬릭 하나, 그리고 기네스 맥주 작은 거 하나 이렇게 시켰는데 1000루블 정도 나왔다.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잘 먹고 온 것 같다. 양고기 샤슬릭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여기는 추천하는 곳이다.
저녁을 먹고 불곰나라 야경 투어를 갔다. 저녁 7시 반부터 10시까지 에게르셀드 등대-독수리 전망대-돔 백화점-로컬 펍 이렇게 도는 투어인데 비용은 $30였고 이 투어도 나름 괜찮았다. 전날 만났던 가이드 다니엘이 또 왔어서 반가웠다 ㅋㅋ
에게르셀드 등대는 저녁에 가니까 정말 예뻤다. 여기서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버스는 조금 불편하며 택시를 타고 갈 수도 있고 나처럼 투어를 통해서 갈 수도 있다. 혼자 여행하다 보니 택시를 타는 것보다는 이렇게 투어가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암튼 여기 가보기를 추천!
독수리 전망대도... 한국인이 정말 많았다 ㅋㅋㅋ 여기도 난간에 앉아서 위험하게 사진을 찍는 자리가 있었고 줄이 되게 길었는데, 다 한국인이었다. (그놈의 인스타 감성) 나는 여기서 야경 사진 몇 장 찍고 추워서 일찍 들어왔다.
돔 백화점 뒷골목은 밤 9시 반 넘어서 도착해서 그런지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았다. 저녁 6~7시쯤 와서 밥을 먹고 둘러보는 편이 더 좋을 듯 하다. 나는 이 때 너무 피곤해서 사진은 별로 안 찍었다 ㅋㅋㅋ 그리고 마지막에 로컬 펍을 가서 벨기에 스타우트 맥주를 마셨는데 꽤 맛있었다 ㅋㅋㅋ 돔 백화점 근처 펍이었는데 만두집 옆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펍을 가기 전 어떤 택시 기사와 한국인 여러 명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보였다. 기사가 러시아어로 뭐라뭐라 하는데 이해는 못 했지만, 내가 첫째날 당했던 그런 상황과 비슷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을 해 본다. 우리 가이드였던 다니엘이 가서 도와주고 왔는데 ㅋㅋ 남자가 봐도 되게 멋있었다
이렇게 나의 마지막 러시아에서의 밤은 마무리가 되었고, 피곤해서 게스트하우스 들어가자마자 바로 기절했다. (이놈의 저질 체력 좀 고쳐야 하는데..)
넷째날 아침 나는 여유롭게 일어나서 체크아웃을 하고, 근처 까페를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하루 일정을 짰다. 그리고 바로 옆에 클로바 백화점에 가서 알펜 골드 초콜릿을 많이 샀다. 가이드분이 초콜렛은 알펜 골드 초콜렛을 추천해 주었는데 한국와서 먹어보니 맛이 괜찮았다.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초콜렛이 싼건 개당 69루블(약 1,300원) 정도이니 많이 사가면 좋을듯 ㅋㅋ
그리고 나와서 도너 케밥(맥도날드 M을 거꾸로 뒤집은 로고, 클로바 백화점 앞에 있다)에서 쌈싸 하나를 먹었는데 안에 야채, 고기, 치즈가 들어있어서 100루블인데 든든하게 먹었던 것 같다 ㅎㅎ 길거리 음식치고는 되게 괜찮았다.
먹으면서 블라디 기차역으로 왔고 109번 버스를 타고 시내 -> 공항으로 이동했다. 109번 버스는 배차간격이 짧고 가격도 200루블이라 괜찮은 것 같다. 안전하게 공항에 도착했고 한국에 무사히 잘 도착했다 ㅎㅎ
이번 러시아 여행을 통해서 느낀 점이 참 많다.
그중 제일을 꼽자면
세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나의 방식이 다른사람들로부터 존중받기를 원하는 것 처럼,
다른사람들의 방식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이 가장 큰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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