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여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0일차(feat. 택시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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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여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0일차(feat. 택시사기)

지난 7월 7일부터 11일 나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3박 5일 다녀왔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나는 7일 일요일 밤 11시 비행기로 블라디보스톡에 갔다. S7 Airline을 이용했는데 새벽에 가고 점심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약 33만원 정도 항공료를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비행기를 늦게 예매해서 이정도만 그 당시에는 싼 가격에 속했다. 

밤에 인천공항을 가는 건 처음이었다. 체크인 후 수화물 검사를 마치니 면세점이 하나 둘 정리를 하는 시간이었다. 

너무 심심해서 쓸데없는 사진 몇 장 찍었다. 

인천공항에 비행기 출발 3시간 전에 가야 한다는 말을 어렸을 때 부터 들었지만... 이번에 든 생각은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전제 하에 1시간 반 전에 가도 충분히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너무 일찍 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뭐 암튼... 비행기는 예정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고 나는 2시간 정도의 비행 후 새벽 2시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떨어졌다.

공항이 작아서 입국 심사할 때 조금 기다린 거 말고는 금방금방 나올 수 있었다. 나오자 마자 보이는 곳에서 유심칩을 구매했다. 23GB에 450루블(약 8,500원)을 받던데 더 싼 옵션도 있으니 잘 보고 결정할 것. 나는 녹색 부스에서 유심을 구매했는데 정말 잘 썼다.

원래 나는 새벽에 공항에서 노숙하고 아침에 첫 차를 타고 시내를 가려 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네이버 까페에서 동행을 구했고 블라디 공항에서 만나서 택시를 탔다. 그리고 나는

택시 사기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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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블라디보스톡은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에이 뭐 기본적인 영어는 당연히 알아듣겠지? ㅎ' 라고 생각했다면 한 마디도 영어를 못 알아듣는 택시기사 때문에 여행 첫날 1500루블을 삥뜯긴(?) 나와 같은 불상사를 겪을 수도 있겠다. 


블라디 공항에는 노란색 택시 부스가 있다. 우리는 막심이라는 어플이 사기가 하도 많다는 후기를 봐서 택시 부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택시 부스에서는 블라디보스톡을 간다고 하니 1500루블을 받고 영수증을 끊어주었다. 이 영수증에 찍힌 번호를 찾아 택시를 타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 번호가 적힌 택시를 탔다.

새벽 3시, 생전 처음 오는 낯선 땅에서 다른 동행 한 명과 나는 당연히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두 명이어서 뒷 자석에 나란히 앉았다. 그런데 공항을 출발하려는 찰나에, 택시 기사 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조수석에 앉았고 둘은 러시아어로 뭐라뭐라 중얼대더니 택시는 그대로 출발하려고 했다. 

손님에게 허락도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합승을 하려는 기사를 나는 막아세우고 정색하면서 뭐 하는 거냐고 했다. 그 조수석에 앉은 친구가 능글맞게 한국말로 인사하고 친한 척을 해보려고 했는데, 나는 혹시나 모를 사고가 생길 수도 있어서 정색하고 내리라고 말했다. 그 때 차라리 나도 택시를 내렸어야 했다.

택시는 약 40분 정도를 달려서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다. 중간중간에 나와 동행은 계속 구글 지도를 보고 있었는데 다행히 기사가 다른 의도는 없이 빠르게 잘 데려다 주었다. 중간에 화낸 것도 미안하고, 또 빨리 잘 데려다 준게 고마워서 나는 팁으로 100루블을 줘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내리면서 건네려 했다. 그러자 기사는 그 돈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휴대폰에 1500 이라는 숫자를 들이밀며 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분명히 공항에서 1500루블을 냈고, 그 영수증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했다. 기사는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우리도 그의 러시아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새벽 4시 아르바트 거리에서 나는 택시 기사와 실랑이를 벌였다. (지나고 나니 느낀건 그렇게 위험한 동네는 아니었다. 큰 도로였고 관광지라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계속해서 설명을 했지만 듣지를 않았고 얼핏 중간에 들린 단어를 짜맞춰 보면 군인? 장군? 뭐 이런 이야기도 나왔고(돈을 안 주면 군인을 부르겠다... 뭐 이런 의도가 아니었다 싶다) 공항으로 다시 가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나와 동행은 너무 피곤했고, 처음 내린 낯선 도시에서 말도 안 통하고 시간은 새벽 4시가 넘었기에... 이 상황을 지속하는 건 우리에게 득 될 것이 없다고 판단을 했고 결국 1500루블을 쥐어서 보내주었다.(영수증은 같이 택시를 탔던 동행이 나중에 공항에 다시 들고 가서 문의했다고 하는데 사기 당한게 맞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슈퍼스타 게스트하우스에 왔는데 너무 화가 나서 바로 잠에 들지 못했다. 그래도 다음날 여행 첫 날을 또 기분좋게 시작해야 했기에 씻고 최대한 잊으려고 노력을 했다.


본격적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하기 전 0일차 새벽 내가 깨달은 것은..

1. (새벽 비행기를 탄다면) 공항에서 시내로 갈 때 택시는 막심 어플을 이용하던지, 아니면 게스트하우스 등을 이용한다면 픽업 샌딩 서비스를 이용하자. 공항에서 노숙을 여러번 해 보았지만 블라디 공항은 노숙을 하기 적합하지는 않아 보였다. 노란색 택시 부스는 피하자

2. 택시로 공항 -> 시내를 갈 경우 1500루블(약 29,000원)이다. 비싼 금액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두세명이서 택시를 타자.(혼자 타면 범죄의 타겟이 되기 더 쉽다)

3. 뭔가 촉이 이상하다거나,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일이 일어나면 주.저.말.고 그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어버버 하다가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4. 돈도 중요하고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전이다. 내가 겪은 것처럼 사기를 겪을 수도 있는데, 나는 그냥 1500루블을 쥐어주고 이 일을 잊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남은 여행을 정말 잘 하고 왔다. 조심조심 하더라도 불상사가 생길 수 있는데, (내 개인적 의견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해결하고 잊어버리는 방법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음식 좀 싼거 먹으면서 메꿀 수 있는 정도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