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교보문고 <ReadIT 매거진> 7호 - 개발하는 마음 에 기고한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의료 도메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굿닥에서 웹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오원종입니다. 저는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입니다. 대학에서는 신소재공학을 전공했고 군 전역 후 스물다섯이라는 다소 늦은(당시에는 그렇게 생각) 나이에 프로그래밍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개발을 시작한지는 약 5년, 개발자로 커리어를 쌓은지는 이제 3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저는 지금 적성에 잘 맞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 점은 정말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어떠한 계기로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다
제가 군 전역을 한 2016년 여름, 저는 여느 다른 말년 병장들처럼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뭘 하고 살지?”라는 다소 진지한 고민을 하며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저의 상황은 2학년 2학기로 복학해서 본 전공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안타깝게도 제 전공이 저와 맞지 않아서 힘들어하던 시기로 기억합니다. 군 시절 생활관에서 TV를 볼 때 저는 음악방송이나 예능, 드라마 보다는 주로 다큐멘터리를 봤었는데, 당시 피스컬노트의 황태일(Tim Hwang) 대표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홀린듯이 그 다큐멘터리를 봤었던 것 같은데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그 때 처음 들었고 젊은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구체적으로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스타트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대학교의 창업학회를 들어갔고, 창업가들을 많이 만났으며, 관련된 책, 영상 등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거의 모든 스타트업들이 개발자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컴퓨터공학 전공도 아니고, 개발을 할 줄도 모르는 대학생이었던 저조차도 주변에 좋은 개발자가 있으면 소개 해 달라는 이야기를 밥 먹듯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내가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면, 내가 직접 내 아이디어를 구현 시킬 수 있고, 직접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기회와 사람이 있을 때 더 수월하게 함께할 수 있겠다” 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해커톤에 나가기 시작하다
이 시기부터 저는 해커톤을 많이 나갔던 것 같습니다. 해커톤(Hackathon)은 Hacking과 Marathon의 합성어로 제한된 시간 안에 특정 주제(자유 주제일 때도 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덕트를 만들어 내는 프로그래밍 대회입니다. 제가 지금까지도 해커톤을 좋아하고 자주 나가는 이유는 어찌 보면 제가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짧은 기간 안에 문제를 찾고, 정의해서 해결책을 만들어서 그걸 기획, 디자인, 개발로 구현해 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며 할 때마다 무척 힘들지만… 항상 끝나고 나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짜릿함이 남아서 여기에 중독되어 지금도 계속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곤 합니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다
그 다음 해인 2018년 저는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났고, 버밍엄이라는 도시의 University Of Birmingham 이라는 학교에서 Computer Science 전공 공부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습니다. 내용도 어려운데, 모든 공부를 영어로 하려니 제 실력을 온전하게 발휘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기대 했던 만큼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학기를 마쳤습니다. 그 때 제가 생각한 것은, 국내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올라오고 나서 해외로 나가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제 말이 항상 맞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제가 그 당시에 했던 생각은 여러 가지 불이익(언어, 문화, 인종 등)을 안고도 그 안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실력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에 해외에 나가게 된다면, 그런 준비가 된 상태로 나가자고 다짐하고 한국으로 귀국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해 여름, 학교 연수 프로그램으로 실리콘 밸리를 방문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주요 빅테크 회사들(애플, 구글, 페이스북(현. 메타) 등)을 가보고 한국인 창업가 분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점은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면, 여기는 꼭 은퇴하기 전에 와야 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습니다. 단순히 겉으로 보기에 멋있는 차원을 떠나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한국에서 제가 보아왔던 것과 완전히 달랐고 여기에서 인정을 받으면 전 세계 어디에서 무슨일을 하더라도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 연수를 다녀온 후 본격적으로 휴학을 하고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 경험이 제가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면서 힘든 순간마다 꿈을 계속 포기하지 않도록 붙잡아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무리
그렇게 저는 대학 4학년에 프로그래밍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해서 졸업 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개발을 하면서 힘든 순간들이 셀 수 없지 많았지만, 그보다 더 큰 즐거움, 성취감을 느껴왔고 그래서 지금도 만족하면서 즐겁게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제가 나열했던 저의 인생에서 순간순간 세웠던 목표들을 앞으로 개발자로 커리어를 이어 나가면서 하나씩 이루어 나가보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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